2008년 12월 23일
눈, 꽁치, 그리고 소주, 내 방
집에 있으니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어졌다.
그냥 운동복에 맨발로 운동화를 신고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시장으로 나서보았다. 뭘 먹을까.. 하고 고민하다 마리당 500원이 채 안되는 자그마한 꽁치를 세마리 샀다. 생선점주는 생선 손질하던 손으로 오천원을 내고 받을 거스름돈을 내손에 꼭 쥐어줬다.
비린내..
아무튼 좋았다. 싸게 샀으니.. 생선사서 가는데, 그깟 비린내가 대수냐.
마냥 터덜터덜 집으로 오는데 목덜미가 차갑다. 흠칫 놀라며 하늘을 보니 눈이다.. 그때부터 고심의 연속이었다. 바싹 구운 꽁치에 쇠주라.. 창밖으로 눈오는거나 보면서 바싹 구운 꽁치를 맨손으로 뜯어 먹으며 쇠주한잔이라.. 몇날 몇일을 연달아 술을 퍼먹었어도, 요건 포기 못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직 쓰린 속에 고민을 조금은 해본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집이 가까워 질수록 목구멍을 싸- 하니 훑고 지나갈 차가운 쇠주 한잔과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소금 뿌려 구운 꽁치가 머리속에 가득하다. 결국 집 앞 구멍가게에 들러 쇠주 한병을 꺼내들고 아까의 그 비린내 나던 천원짜리를 한장 들이 밀었다. 주인영감이 왼손의 비닐을 물끄러미 보더니 생선이냔다. 그렇다고 했다. 눈도 오고 해서 바싹 구워다 쇠주나 한잔 하려고 샀다 하고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영감도 함께 웃고는 맛있게 먹으란다.
집에 오자마자 꽁치를 구울동안 더 차가우라고 비닐째 냉동실에 쇠주를 넣어두었다. 꽁치 굽히는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연기도 가득하다. 슬쩍 환기도 시킬겸 창문을 열고는 밖을 내다본다. 오래 내릴 건 아니겠지만, 새벽까지는 쏟아질듯 하다. 숨을 내쉴때 마다 나오는 입김이 꽁치굽는 연기인지 내 입김인지 모르겠다. 입안에 군침이 가득하여, 결국 꽁치를 뒤적여본다. 아직 덜구워졌다. 괜히 냉동실에 넣어둔 쇠주를 꺼내본다. 고 몇분새에 얼었을리가 없다만, 꺼내본다.
바싹 굽힌 꽁치를 접시에 대강대강 담아서 조그만 탁자에 놓고 쇠주를 병째 입에 꽂고는 들이켰다. 맨손으로 뜨겁다 뜨겁다 하며 꽁치의 배 한중간을 덥썩 하고 베어문다. 내장의 알싸하고 씁쓰레한 맛과 함께 고소한 꽁치맛이 입안 가득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어대고는 알싸하게 취한채로 뜨끈하게 데워진 방바닥에 몸을 눕히고 천정을 바라본다. 12평 남짓되는 작은 원룸- 이곳에서는 내가 왕이다. 내 세상이다.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아야 할 나만의 세상이다. 하며 괜한 객기를 부려본다. 무심코 켜놓은 테레비에서는 개그맨들이 뭔가를 떠들어 댄다. 시끄럽다- 그냥 리모콘으로 TV를 꺼버리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이런게 내 인생이다. 직장에서 힘들게 힘들게 구르고 집에 오면서 쇠주와 안줏거리 하나 사서 먹고 마시고 누워자면 그냥 내세상이다. 이게 별거없는 내 인생이다.
# by | 2008/12/23 10:11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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